안녕하세요, 호미농부입니다.
지난 시간까지 우리는 선진국의 풍부한 자본과 첨단 기술, 그리고 잘 짜인 정책이 만들어낸 도시농업의 눈부신 발전상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그와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전기, 수도, 자본, 기술 등 모든 것이 부족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을 의미)’의 도시에서, 도시농업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존엄성, 즉 ‘먹고 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처절하고도 위대한 투쟁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지속가능성’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이들의 지혜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진정한 혁신이란 무엇인지, 그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현장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7회. 제3세계편: 생존과 자립을 위한 가장 강력한 풀뿌리 운동 (심화편)
1. 쿠바: 봉쇄된 섬의 기적, 세계 최대 유기농 도시의 탄생
쿠바의 도시농업은 20세기 농업사에서 가장 극적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1991년 소련 붕괴로 쿠바는 하루아침에 석유, 비료, 농약, 식량 수입이 모두 끊기는 ‘특별 시대(Special Period)’를 맞게 됩니다. 국가 전체가 극심한 기아에 직면한 절체절명의 위기였죠.

이때 쿠바 정부와 국민은 불가능해 보이는 선택을 합니다. 바로 국가 전체의 농업 시스템을 화석연료 기반의 화학 농업에서 유기농 생태 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혁명의 중심지는 농촌이 아닌, 수도 아바나를 비롯한 도시였습니다.
- 과학적 유기농법의 전면 도입: 쿠바의 도시농업은 결코 주먹구구식이 아니었습니다. 정부 주도하에 전국의 농업 연구소 과학자들이 총동원되었습니다. 이들은 화학비료를 대체하기 위해 지렁이 분변토(Vermicompost)와 퇴비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살충제 대신 해충의 천적인 무당벌레나 기생벌을 사육해 농가에 보급하는 생물학적 방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도시 곳곳에는 농부들이 언제든 찾아와 기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상담소가 세워졌습니다.
- ‘오르가노포니코스’의 확산: 도시의 주차장, 공터, 폐허 등 경작이 불가능한 땅에는 흙과 유기물을 채워 넣은 긴 화단, 즉 ‘오르가노포니코스(Organopónicos)’가 건설되었습니다. 이는 오염된 도시 토양을 피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집약적인 농사를 가능하게 한 최고의 솔루션이었습니다. 의사, 교수, 기술자 등 직업을 잃은 수많은 도시민이 농부로 변신해 이 텃밭을 일궜습니다.
- 완벽한 로컬 푸드 순환 경제 구축: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은 거대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동네마다 열리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Farmers’ Market)를 통해 신선하게 주민들에게 판매되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고, 수익이 지역 사회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완벽한 ‘로컬 푸드 순환 경제’를 구축한 것입니다. 그 결과, 수도 아바나는 현재 채소 소비량의 70% 이상을 도시 내에서 자급자족하고 있습니다. 쿠바의 기적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가 전체의 식량 주권을 되찾은 위대한 혁명이었습니다.
2. 아프리카: 절박함이 낳은 위대한 지혜, 수직의 텃밭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 중인 아프리카의 도시들. 그중에서도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Kibera)는 아프리카 최대의 슬럼가 중 하나입니다. 좁은 골목과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 사이, 텃밭을 만들 땅 한 평은 사치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어머니들은 놀라운 창의력으로 하늘과 땅 사이의 수직 공간을 경작합니다.
- ‘자루 농법(Sack Gardening)’의 과학: 이곳의 대표적인 도시농업 방식인 ‘자루 농법’은 단순한 자루 재배를 넘어 과학적 원리가 담긴 ‘수직 농장’입니다. 먼저 빈 곡물 자루의 중앙에 자갈과 작은 돌멩이를 채운 기둥을 세웁니다. 이 기둥은 자루의 뼈대 역할을 함과 동시에, 물을 주었을 때 물이 자루 전체에 골고루 천천히 스며들게 하는 점적 관개 수로가 됩니다. 그 주위를 흙과 퇴비로 채우고 옆면에 구멍을 뚫어 시금치, 케일 같은 잎채소를 심으면, 물 한 바가지로 자루 전체의 작물을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 여성의 삶을 바꾸는 작은 자루: 이 작은 자루 하나가 여성들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직접 기른 채소로 아이들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 남은 것은 시장에 내다 팔아 가계에 보탬이 됩니다. 식량 문제 해결과 여성의 경제적 자립, 그리고 영양 개선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입니다. NGO들은 이 자루 농법을 보급하며 여성들의 자조 그룹 형성을 돕고, 이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회복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 다양한 적정 기술의 확산: 아프리카의 도시농업은 자루 농법 외에도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땅속에 플라스틱 병이나 천을 묻어 물이 천천히 나오게 하는 ‘위킹 베드(Wicking Bed)’, 낡은 타이어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타이어 텃밭’, 중앙에 퇴비 통을 만들어 영양분을 공급하는 원형 텃밭 ‘키홀 가든(Keyhole Garden)’ 등 환경에 맞는 다양한 ‘적정 기술’의 경연장입니다.

3. 라틴 아메리카: 붕괴된 경제를 일으킨 녹색 희망
2001년, 아르헨티나는 국가 부도 사태를 맞으며 경제가 완전히 붕괴되었습니다. 실업률이 치솟고 시민들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죠. 이때 제2의 도시 로사리오(Rosario)의 시 정부는 시민들과 함께 역사에 남을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바로 ‘도시농업 프로그램(Programa de Agricultura Urbana)’입니다. 시 정부는 철도변, 고속도로 옆, 공장 부지 등 도시의 모든 국공유지를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대학 연구소는 유기농법 기술을 지원했습니다. 시민들은 협동조합을 결성해 함께 텃밭을 일구고, 수확물을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수천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고, 시민들은 저렴한 가격에 신선하고 안전한 유기농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시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존감과 희망을 되찾아주었습니다. 로사리오의 사례는 도시농업이 어떻게 붕괴된 도시 경제를 밑바닥부터 재건하고, 시민과 정부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거버넌스의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쿠바의 유기농 혁명, 아프리카의 적정 기술, 아르헨티나의 사회적 재건.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한 혁신은 막대한 자본과 더 복잡한 기술에서만 나오는 것일까요? 어쩌면 가장 절박한 환경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작지만 위대한 지혜 속에 진정한 지속가능성의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음 시간에는 드디어 기술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 도시의 심장부에서 미래를 경작하는 ‘수직농장’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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