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온라인도매가 밥상물가 잡는다… “농산물 유통, 쿠팡처럼 바뀐다”

기후위기·가격급등에 칼 뺀 정부, ‘디지털 유통 대전환’ 선언
가격 변동성 50% 완화, 유통비 10% 절감 목표…농가와 소비자에겐 어떤 변화?

안녕하세요, 흙과 기술을 잇는 테크 스토리텔러, 호미농부입니다.

요즘 농부들을 만나면 한숨부터 내쉬는 분들이 많습니다. 애써 키운 농산물이 하루아침에 헐값이 되기도 하고, 어떤 해는 이상기후로 아예 수확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올해도 벌써부터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인해 대관령 고냉지 김장배추가 겉만 멀쩡하고 속이 썩어들어가는 꿀배추가 되어 갈아엎는 밭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아쉽기만 합니다.

소비자들은 어떻습니까? ‘금사과’, ‘파테크’ 같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치솟는 밥상 물가에 시름이 깊습니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 밥상이 벌써부터 걱정인 것이 우리 서민들의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생산지에서의 밭떼기 가격과 소비자들의 마트 구매 가격은 엄청난 격차를 보이기도 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웃지 못하는 이 고질적인 문제, 과연 해법은 없을까요?

지난 9월 1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이 문제에 대한 칼을 빼 들었습니다. 바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 발표를 통해서인데요. 단순히 낡은 제도를 고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판을 새로 짜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기존 유통 구조를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유통’으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겁니다.

저 호미농부가 보기에 이번 대책은 단순한 정책 발표가 아닌, 우리 농업의 미래를 건 ‘디지털 대전환’의 신호탄으로 보여집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우리 농부들과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 쉽게 짚어보겠습니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
기후위기에도 굳건한 스마트 농산물 유통을 위해 정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으로 4대전략 및 12대 중점추진방향을 적극 추진한다 (image. 농림축산식품부)

하나. 농산물도 ‘로켓배송’처럼.. 온라인 중심 유통 혁명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온라인도매시장’의 전면적인 확대입니다. 현재 도매유통의 6%에 불과한 온라인 거래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입니다. 쉽게 말해, 농산물계의 ‘쿠팡’이나 ‘마켓컬리’를 국가적으로 키우겠다는 것이죠.

  • 농민에겐 ‘판매의 자유’를: 기존에 연간 20억 원 이상 팔아야 했던 판매자 가입 조건이 폐지됩니다. 이제 저 같은 소규모 농업인이나 주말농장 운영자도 얼마든지 온라인 도매시장에 직접 농산물을 올리고 제값을 받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 유통 단계 획기적 단축: 산지에서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거쳐 소비자로 바로 배송되는 구조(4단계 → 1~2단계)가 활성화됩니다. 불필요한 중간 유통 비용이 줄어드니 농민은 더 받고 소비자는 덜 내는 구조가 가능해집니다.
  • ‘스마트 APC’가 핵심 거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국의 APC가 첨단 기술로 무장합니다. 자동 선별기, AI 기반 정보 분석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APC’를 2030년까지 300곳으로 늘려 산지 유통의 속도와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마치 거대한 물류센터처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농산물을 처리하는 스마트 허브가 되는 것이죠.

둘. 도매시장의 체질 개선, ‘데이터’로 가격 안정 잡는다

오랜 역사를 가진 가락시장 같은 공영도매시장도 큰 변화를 맞습니다. 경매 중심의 기능에서 벗어나, 이제는 ‘공공성’과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 ‘출하가격 보전제’ 도입: 제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물량이 몰려 가격이 폭락해도 농민이 최소한의 운송비, 박스비 등 출하 비용은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도입됩니다. 밑지고 파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주는 셈이라 농가 경영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전자송품장’ 의무화: “오늘 가락시장에 물량이 얼마나 들어올까?” 예측이 안 돼 가격이 널뛰던 문제를 데이터로 해결합니다. 2027년부터 주요 품목에 전자송품장이 의무화되면, 시장 반입 물량을 사전에 예측해 수급 불일치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감에 의존하던 출하가 아닌,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출하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셋. 똑똑한 소비자, 튼튼한 로컬푸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 지원책도 눈에 띕니다.

  • 대국민 모바일 앱 개발: 2026년 보급될 이 앱은 제철 농산물 정보, 판매처별 가격 비교, 알뜰 소비 팁 등을 제공합니다. 소비자가 똑똑해지면, 시장 전체가 건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로컬푸드·직거래 확대: ‘도농 상생 장터’처럼 도시와 농촌을 직접 연결하는 대안 유통 경로를 늘려, 소비자들이 신선한 농산물을 더 저렴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도시농업, 공동체 농업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인왕시장
도심의 전통시장 모습 (image. 호미농부)

호미농부의 시선: ‘기후위기’에 맞서는 농업의 청사진

이번 대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후위기에도 굳건한 생산·유통 기반’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전 재배면적 조절, 스마트 생산단지 조성, 민·관 협력 방제 체계 전환 등은 모두 예측 불가능한 기후에 맞서 우리 밥상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들입니다.

물론, 청사진이 멋지다고 저절로 현실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농민들은 새로운 디지털 유통 방식에 적응해야 하고,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끊임없이 보완해야 합니다. AI, 빅데이터 같은 첨단 기술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우리 농민들의 소득과 편의로 이어지도록 하는 실질적인 지원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이번 발표는 우리 농업이 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낡은 관행을 벗고 데이터와 기술이라는 새 옷을 입는 스마트 농업으로의 대전환… 저 호미농부도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흙 속에 탄소를 가두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로서, 그리고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전달하는 테크 스토리텔러로서 현장에서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