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EU 농업, 기후변화에 연간 26조 원 증발.. ‘보험 안전망’ 붕괴 경고

2050년 피해액 66% 급증 전망, 가뭄이 최대 위협
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정책금융 시급

[스마트농업신문] 안녕하세요, 흙과 기술이 함께하는 스마트테크 이야기꾼 호미농부입니다. 오늘 전해드릴 소식은 유럽연합(EU)에서 날아온, 우리 농업의 미래를 비추는 매우 중요한 보고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유럽 투자은행(EIB)이 2025년 5월 발표한 ‘EU 농업을 위한 보험 및 위기관리 도구’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경제적 충격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며, 현재의 대응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미래가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럽의 이야기가 아닌,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 한국 농업이 나아갈 길을 비추는 ‘미리 보는 미래 보고서’와도 같습니다.

감당 못 할 현실이 된 기후재해: EU 농업의 현주소

보고서는 현재 EU 27개국의 농업이 기후변화로 인해 감당하고 있는 경제적 손실을 냉정하게 분석합니다. 핵심 지표인 연간평균손실액(AAL)은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줍니다.

Combined Crop and Livestock AALs at EU Level. Present Day and 2050
EU 지역의 가뭄, 서리, 우박, 비로 인한 작물 및 가축 연평균 손실량 (현재 ~ 2050년)
  • 연간 26조 원의 작물 손실: 현재 EU 농업은 기후변화로 인해 작물 부문에서만 연간평균손실액(AAL)이 174억 유로(약 26조 원)에 달합니다. 이는 EU 전체 연간 작물 생산액의 약 6.4%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가축 부문 손실(109억 유로)까지 합하면 총 AAL은 283억 유로(약 42조 원)에 이릅니다.
  • 가뭄이 최대 위협: 전체 농업 기후 리스크의 50% 이상은 가뭄에서 비롯됩니다. 그 뒤를 폭우(21%), 서리(16%), 우박(9%)이 잇고 있으며, 이 네 가지 재해가 전체 기후 관련 농업 손실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 무너진 안전망, 70~80%의 보장 공백: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기후 관련 손실의 단 20~30%만이 보험으로 보장된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70~80%는 보험 안전망 밖에 방치되어 있으며, 그 손실은 고스란히 농가와 정부의 비계획적인 재정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습니다.
Current Crop AAL and 1-in-50 year PML from Primary Perils
현재 작물 연평균손실액(AAL) 및 50년기 개연최대손실액(PML)의 주요 위험

더욱 암울한 미래: 2050년 전망

보고서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래는 더욱 암울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 2050년, 작물 손실 최대 66% 급증: 2050년까지 작물의 연간평균손실액(AAL)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현재보다 42%에서 최대 66%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최대 289억 유로(약 43조 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 재앙적 손실의 일상화: 5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최악의 재해 시 예상되는 개연최대손실액(PML)은 현재 작물과 가축을 합쳐 575억 유로(약 86조 원) 수준이지만, 2050년에는 900억 유로(약 135조 원)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 온난화의 역설, 서리 피해 증가: 기후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서리 피해는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이른 봄에 식물이 개화하면서, 늦서리에 대한 취약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후변화가 얼마나 복합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국 농업이 주시해야 할 세 가지

이 보고서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유럽의 이야기이지만, 온대와 아열대 기후가 공존하며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1. 리스크의 과학적 계량화가 시급하다: 보고서의 가장 큰 힘은 AAL, PML과 같은 보험·금융 분야의 리스크 측정 지표를 통해 ‘기후 위기의 비용’을 명확한 숫자로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도 태풍, 집중호우, 폭염 등 농업 재해를 막연한 ‘피해액’이 아닌, 발생 빈도와 심도를 고려한 과학적 리스크 모델링을 통해 계량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2. 농업 보험 안전망의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 EU의 70~80%에 달하는 ‘보장 공백(Protection Gap)’은 우리에게 큰 경고입니다. 현재의 농작물 재해보험 역시 낮은 가입률, 특정 품목 및 재해에 대한 보장 미비 등의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소개된 스페인의 민관협력(PPP) 모델, 프랑스의 국가연대기금, 그리스의 의무보험 시스템 등 다양한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여 한국형 농업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3. ‘선제적 적응’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보고서는 보험만으로는 늘어나는 재해를 감당할 수 없으며, 결국 ‘적응’을 통해 리스크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이는 스마트농업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지점입니다. 가뭄 대응을 위한 정밀 관개 시스템, 재해 조기 경보 시스템,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은 물론, 오스트리아에서 우박 방지망 설치 시 보험료를 대폭 할인해주는 것처럼 적응 투자를 유도하는 혁신적인 금융·보험 상품 개발이 시급합니다.
기후위기와 농업 식량위기
기후변화가 더 이상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image. 호미농부, Gemini AI 생성)

EU의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더 이상 환경 문제가 아닌, 농업의 생존과 국가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경제 문제’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선제적 적응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