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98.5%가 사라졌다… 가자지구 흙에도 평화가 필요해

인공위성이 포착한 참혹한 현실, 단순한 구호를 넘어 다시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땅의 평화’가 절실합니다

안녕하세요. 흙 한 줌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농부, 호미농부(homi farmer)입니다. 👨‍🌾

오늘 저는 잠시 스마트팜의 모니터 앞에서, 무경운 농법으로 가꾼 밭 앞에서 떠나, 아주 무겁고 참담한 소식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제가 매일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 생명을 키워내는 이 흙이 사라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농부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구 반대편, 가자지구의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구상’ 1단계에 합의하며, 지난 10월 10일(현지시각) 휴전이 발효되었습니다. 10월 13일자 국제뉴스에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일부 구역에서 철수했고,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과 팔레스타인 인질 1,700여명, 그리고 장기·무기수 250명에 대한 교환 석방이 이루어졌다는 속식이 전해졌습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그러나 너무 늦은게 아닌가 합니다. 이번 휴전은 집단학살 2년 동안 가자지구 주민 6만 7천 명 이상이 살해당하고, 기근으로 460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의약품이 이제 가자 지구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천만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파괴된 농경지는 어떻게 복구가 가능할까요? 저는 그것이 더 걱정입니다. 당장 먹을 것을 마련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분석한 결과(8월 발표)는 충격적입니다. 가자지구 전체 농경지의 98.5%가 경작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파괴되었거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습니다.

Land available for cultivation in the Gaza Strip
가자지구에서 경작 가능한 토지 / Land available for cultivation in the Gaza Strip (image. FAO)

98.5%…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

농부에게 땅은 단순한 생산 수단이 아닙니다. 자식처럼 돌보고, 땀으로 적시며,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을 심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땅의 98.5%가 사라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농사를 못 짓게 되었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 생명의 뿌리가 뽑혔다: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에서, 스스로 먹거리를 생산할 능력이 거의 완벽하게 파괴되었다는 뜻입니다.
  • 미래가 파괴되었다: 농사는 단순히 한 해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씨앗을 받고 기반 시설을 유지하며 다음 해를 기약하는 ‘지속성’의 약속입니다. 위성 사진은 파괴된 관개 시설, 도로, 저장고, 시장을 보여줍니다. 이는 농업의 혈관과 신경망이 모두 끊어졌음을 의미합니다.
  • 기근은 재앙이 아니라 결과다: 이미 가자지구 인구의 4분의 1에 가까운 50만 명 이상이 기근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고, 3명 중 1명 이상이 며칠씩 굶주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하늘이 내린 재앙이 아닙니다. 흙에서 식량을 키워낼 능력을 잃어버렸을 때 마주하는, 예견된 참혹한 결과입니다.

흙에도 평화가 필요합니다

저는 흙 속에 탄소를 가두는 탄소농업을 실천하며, 땅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일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한 흙을 만들까,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농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지금 가자지구의 농부들은 그런 고민조차 사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씨앗을 심고, 물을 댈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한 땅’입니다.

Gaza Strip. Destroyed and damaged farmland and agricultural infrastructure
4 October 2024. Khan Younes, Gaza Strip. Destroyed and damaged farmland and agricultural infrastructure. (image. FAO/Yousef Alrozzi)

국제기구들은 긴급 구호와 함께 현지 식량 시스템 복원에 대한 투자를 외치고 있습니다. 빵집과 시장을 다시 열고, 파괴된 농업을 재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구호 물품은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은 결국 그 땅의 흙과 그곳 사람들의 땀입니다.

농부로서, 생명을 키우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총성이 멎고, 사람들이 안전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씨앗을 품고 생명을 틔울 수 있도록 흙에도 평화가 찾아오기를 말입니다. 한 줌의 흙이 얼마나 큰 희망이 될 수 있는지,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 톨 한톨의 밀알이 푸르게 움터 오르고, 올리브 나무가 다시 생명을 얻는 평화를 되찾은 가자지구가 되기를 꿈꿔봅니다. 그것이 곧 평화를 향한 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