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유럽편: 지속가능한 도시를 디자인하는 녹색 연금술사
유럽의 도시에 발을 들여놓으면, 잘 보존된 역사와 진보적인 미래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럽의 도시농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9세기의 전통적인 시민 정원부터, 도시의 인프라를 바꾸는 대담한 공공 정책, 그리고 낡은 터널 속에서 미래를 경작하는 첨단 기술에 이르기까지, 유럽은 도시농업을 지속가능한 도시를 완성하는 필수적인 ‘구성요소’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녹지 조성을 넘어, 도시의 생태적 순환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깊은 철학적 성찰의 결과입니다.
1. 독일: 전통의 뿌리 위에 혁신의 꽃을 피우다
독일은 유럽 도시농업의 정신적 고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시민 정원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은 단순한 텃밭을 넘어 독일인들의 삶과 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사회적 자산입니다. 연방 법률로 보호받는 이 작은 정원들은 지금도 도시민들에게 저렴한 녹색 쉼터와 자급자족의 기쁨을 제공하는 든든한 뿌리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강력한 전통 위에, 통일 이후 폐허와 공터가 많았던 수도 베를린에서는 가장 창의적인 도시농업 실험들이 꽃을 피웠습니다. 그 상징인 ‘프린체시넨가르텐(Prinzessinnengarten, 공주들의 정원)’은 도시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혁신의 아이콘입니다. 베를린 장벽 옆 황무지에 세워진 이 농장은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임시 임대 부지였기에, 땅에 직접 심는 대신 재활용 플라스틱 상자, 쌀 포대 등에 작물을 키우는 ‘이동식 농장(Mobile Farm)’이라는 기발한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농장을 넘어 ‘도시 자원 순환의 실험실’입니다. 텃밭 옆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 찌꺼기와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 인근 시장에서 버려지는 채소까지 수거해 거대한 퇴비 더미를 만듭니다. 여기서 만들어진 비옥한 흙은 다시 텃밭의 작물을 키우는 데 쓰이죠. 또한 토종 씨앗을 보존하고 나누는 활동을 통해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씨앗 주권’을 지키는 운동을 펼칩니다. 농장이자, 학교이며, 순환 경제의 모델하우스인 셈입니다.
2. 프랑스: 정부가 지휘하는 거대한 녹색 오케스트라
예술과 미식의 도시 파리는 지금 시 정부가 직접 지휘하는 거대한 녹색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파리쿨퇴르(Parisculteurs, 파리의 농부들)’ 프로젝트는 시가 가진 모든 공공자산을 녹색 캔버스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입니다. 파리 시는 웹사이트를 통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옥상, 벽면, 주차장 부지 등을 공개하고, 스타트업, 비영리단체, 시민 협동조합 등으로부터 사업 계획을 공모하여 ‘파리의 농부’들을 선정합니다.

그 결과 오페라 바스티유의 지붕 위에서는 오페라의 선율을 들으며 자라는 허브와 꿀을 맛볼 수 있게 되었고, 마레 지구의 한 주차장 건물은 유럽 최대 규모의 아쿠아포닉스 농장으로 변신했습니다. 특히, ‘아그리폴리스(Agripolis)’ 같은 회사는 파리 엑스포 전시장 옥상에 14,000㎡(약 4,200평)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 옥상 농장을 조성하여, 하루 1톤에 가까운 과일과 채소를 생산해 인근 지역 주민과 레스토랑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파리의 도전은 도시농업이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와 시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났을 때, 도시의 풍경과 경제, 그리고 미식 문화까지 얼마나 풍요롭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3. 영국: 땅속에서 미래를, 땅 위에서 공동체를 일구다
영국 역시 독일의 클라인가르텐과 유사한 전통적인 시민 텃밭 ‘얼롯먼트(Allotment)’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나라입니다. 하지만 현대의 런던에서는 가장 기발하고 미래적인 형태의 도시농업이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도시의 발밑, 지하 33미터 깊이의 낡은 터널 속입니다.
‘그로잉 언더그라운드(Growing Underground)’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시민들의 방공호로 사용되었던 공간을 최첨단 수경재배 농장으로 탈바꿈시킨 프로젝트입니다. 땅속 깊은 터널은 1년 내내 섭씨 16도의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해, 냉난방에 드는 막대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분홍빛 LED 조명과 순환식 수경재배 시스템을 이용해, 물 사용량을 일반 노지 재배의 30분의 1로 줄이면서 바질, 마이크로그린 등 20여 종의 허브와 샐러드 채소를 재배합니다. 농약이 전혀 필요 없는 청정 농산물은 수확 후 몇 시간 만에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에 공급되어 ‘푸드 마일리지’를 획기적으로 줄입니다. 전쟁의 상처가 남은 어두운 지하 공간을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희망의 공간으로 바꾼 런던의 사례는 유럽의 도시농업이 가진 창의적 상상력의 끝을 보여줍니다.
4. 네덜란드: 농업 기술 강국의 도시형 솔루션을 제시하다
작은 국토 면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인 네덜란드. 그들의 혁신적인 농업 기술은 도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특히 세계적인 농업 연구기관인 바헤닝언 대학(Wageningen University)을 중심으로 한 산학연 클러스터는 도시농업의 기술적 한계를 끊임없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과거 헤이그에 있던 ‘드 스힐데(De Schilde)’는 유럽 최대 규모의 상업용 옥상 농장으로, 낡은 필립스 건물 옥상에 거대한 유리 온실을 올려 상추와 허브를 재배하고, 그 아래층에서는 아쿠아포닉스 방식으로 물고기를 양식해 하나의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비록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았지만, 대규모 상업적 도시농업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 중요한 선구자였습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더욱 대담한 상상력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로테르담 항구에 떠 있는 ‘플로팅 팜(Floating Farm)’은 세계 최초의 수상 농장입니다. 3층 구조의 이 농장은 40여 마리의 젖소를 키워 매일 우유와 요구르트를 생산하며, 필요한 전기는 태양광 패널로, 소들의 식수는 빗물 정화 시스템으로 얻습니다. 땅이 부족하고 해수면 상승의 위협을 받는 도시들에게 네덜란드의 수상 농장은 미래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유럽의 도시농업은 각국의 역사와 환경에 맞춰 다채롭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지혜를 존중하면서도 미래를 향한 혁신을 멈추지 않는 유럽의 도시농부들. 이들의 이야기는 도시가 어떻게 더 건강하고, 맛있고, 아름다운 공간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증거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드디어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로 무대를 옮겨, 고밀도 도시의 생존 전략으로서 첨단 기술을 품은 도시농업의 현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획연재] 호미농부의 도시농업 대백과 07 [기획연재] 호미농부의 도시농업 대백과 07](https://smartnongup.kr/wp-content/uploads/2025/09/keepGoingDetroit-farm-image.jpg)
![[기획연재] 호미농부의 도시농업 대백과 12 [기획연재] 호미농부의 도시농업 대백과 12](https://smartnongup.kr/wp-content/uploads/2025/12/gemini-CSA-market.jpg)
![[뉴스 브리핑] 도두(작두콩), 키우기 쉽고 팔기 쉽게 바뀝니다! [뉴스 브리핑] 도두(작두콩), 키우기 쉽고 팔기 쉽게 바뀝니다!](https://smartnongup.kr/wp-content/uploads/2026/01/dodu-baby-tea.png)

![[카드뉴스] 농업전망 2026 세부 프로그램 및 무료 등록 안내 [카드뉴스] 농업전망 2026 세부 프로그램 및 무료 등록 안내](https://smartnongup.kr/wp-content/uploads/2026/01/card0.png)

![[IFPRI 기획] 정성적 연구에서의 AI: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모국어 설문 응답 코딩 [IFPRI 기획] 정성적 연구에서의 AI: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모국어 설문 응답 코딩](https://smartnongup.kr/wp-content/uploads/2025/12/gemini-LLM-AI-agritech-2025-1024.jpg)